「밤에 피는 꽃」 정주행 후기 — MBC 금토극 역대 1위 18.4% 찍은 이하늬 사극
| '밤에 피는꽃' 공식 포스터 |
안녕하세요, 로빈입니다.
오늘은 2024년 초에 본 드라마 중에서 가장 '아무 생각 없이 시원하게 웃었던' 작품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무거운 정치 사극도 아니고 비극적인 멜로 사극도 아닌, 그냥 통쾌하고 신나게 달리는 작품이었습니다. 바로 MBC <밤에 피는 꽃>입니다.
사실 처음엔 볼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유튜브 알고리즘이 자꾸 이하늬가 복면 쓰고 지붕 위에서 뛰어내리는 짤을 띄우는 거예요. 두세 번 무시했는데 네 번째쯤엔 결국 손이 갔습니다. 그 30초짜리 짧은 클립 하나에 홀려서 그 주 토요일 밤, 여자친구한테 "오늘 우리 사극 한번 보자"고 말했어요. 평소엔 사극을 잘 안 보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끌리더라고요. 1화 끝나자마자 둘이 동시에 "어? 이거 뭐야, 다음 회 언제야?" 했습니다.
<밤에 피는 꽃> 기본 정보 한눈에 정리
본격적인 후기에 앞서 작품 정보부터 간단히 정리해 드릴게요. 위키백과와 당시 보도자료를 교차 확인한 내용입니다.
| 항목 | 내용 |
|---|---|
| 방송사 | MBC |
| 방영 기간 | 2024년 1월 12일 ~ 2월 17일 |
| 회차 | 총 12부작 |
| 연출 | 장태유, 최정인 |
| 극본 | 이샘, 정명인 |
| 주연 | 이하늬, 이종원, 김상중, 이기우 |
| 최고 시청률 | 18.4% (최종회, 닐슨 전국) |
| 장르 | 퓨전 사극, 액션, 코미디 |
| 시청 플랫폼 | MBC 본방 / 웨이브, 쿠팡플레이 스트리밍 |
「옷소매 붉은 끝동」의 17.4%를 넘어버린 18.4%
이 작품이 남긴 가장 또렷한 발자취는 역시 숫자예요. 그 전까지 MBC 금토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은 이준호·이세영 주연의 <옷소매 붉은 끝동>이 세운 17.4%였습니다. 정통 사극의 정점에 있던 작품이라서, 한동안 이 기록은 깨지지 않을 거라는 게 방송가의 일반적인 시각이었어요.
그런데 <밤에 피는 꽃>은 첫 방송 7.9%로 무난하게 출발해서 매주 1~2%씩 시청률을 끌어올리더니, 최종회에서 결국 18.4%를 찍었습니다. 묵직한 정통 사극의 기록을 가벼운 퓨전 코미디 사극이 갈아치운 셈이죠. 저도 6화쯤 봤을 때 여자친구한테 "이거 분위기 심상치 않은데, 시청률 더 오를 듯"이라고 말한 기억이 나요. 그 다음 주에 진짜로 또 신기록을 갱신하는 걸 보면서 신기했습니다.
12부작이라는 영리한 선택, 늘어지는 구간이 없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쓸데없이 늘어지는 구간이 없다'는 점이었어요. 한국 드라마는 보통 16부작이 관행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중반부에 갈등을 인위적으로 끌면서 시청자 인내심을 시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12부작으로 짧게 끊었고, 그 결정이 정말 신의 한 수였어요.
매회 끝날 때마다 여자친구가 "벌써 끝났어? 다음 주까지 어떻게 기다려"라며 아쉬워했습니다. 저도 똑같았고요. 답답한 전개로 뒷목 잡을 일이 없었고, 매주 시원하게 한 사건이 해결되면서 다음 회 떡밥이 자연스럽게 깔리니까 12주가 진짜 순식간이었습니다. 한국 드라마도 이제 12부작이 표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어요.
이하늬가 단독으로 멱살 잡고 끌고 간 작품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이하늬예요. 작품의 거의 모든 매력이 이하늬의 연기력과 매력에서 나옵니다.
낮에는 사대부 집안의 수절과부로 단아하고 슬프게 살아가다가, 밤이 되면 복면을 쓰고 담을 넘어 백성을 구하는 이중생활. 설정 자체는 사실 좀 진부할 수도 있는데, 이하늬가 연기하니까 결이 완전히 달라져요. 슬픈 과부의 표정에서 시원한 액션 히어로의 눈빛으로 한 장면 만에 전환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특히 4화의 시장통 액션 시퀀스가 기억에 남아요. 복면 쓰고 지붕 위를 뛰어다니면서 악당들을 제압하는 장면인데, 여자친구가 "와, 이하늬 진짜 멋있다. 나도 저런 언니가 되고 싶다"고 진심으로 부러워했어요. 그러더니 다음 장면에서 갑자기 망가지는 코믹 연기가 나오는데, 한 배우가 이 두 톤을 다 소화하는 게 진짜 대단했습니다.
이종원 배우가 연기한 박수호 종사관도 좋았어요. 원리원칙주의자인 금위영 관리가 복면 쓴 과부의 정체를 의심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흔들리는 감정선이 깔끔했습니다. 두 사람의 로맨스가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적절한 텐션을 유지해서, 사극이지만 청춘 로맨스의 풋풋함까지 느껴졌어요.
본방 다음 날, 회사 점심시간 풍경
이 드라마가 진짜 인기 있었구나를 체감한 순간은 회사 점심시간이었습니다. 평소 드라마 얘기를 거의 안 하시던 과장님이 갑자기 "어제 그 종사관 표정 봤어? 진짜 흔들리던데"라며 운을 띄우셨어요.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대리님이 "저는 이하늬가 복면 쓰고 점프하는 장면에서 박수쳤어요"라고 받아치더라고요.
그 광경이 좀 재밌었습니다. 보통 사극은 5060 세대만 본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진짜 전 세대를 통합시켰어요. 실제로 웨이브랑 쿠팡플레이 같은 OTT에서도 본방 다음 날 시청 순위 최상위권을 찍으면서 2030 트래픽까지 다 흡수했다고 합니다. TV 본방으로 어르신들이 보고, OTT로 2030이 보고, 그게 합쳐져서 18.4%라는 숫자가 나온 거죠.
다 보고 난 뒤 솔직한 한 줄 평
저의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밤에 피는 꽃>은 '복잡한 거 다 빼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요즘 만나기 어려운 정직한 오락 사극'입니다. 깊은 사회적 메시지나 묵직한 정치 풍자를 원하시는 분에게는 살짝 가벼울 수 있어요. 하지만 평일 내내 회사 일에 시달리고 주말 밤에 그냥 머리 비우고 웃고 싶은 분이라면 이만한 작품이 없습니다.
지난번에 다뤘던 2013년 <비밀>이 '필력으로 완성된 정통 멜로', <눈물의 여왕>이 '배우와 화제성으로 끌고 간 대중 로맨스'였다면, <밤에 피는 꽃>은 '한 배우의 멀티 매력이 12부작 안에 압축적으로 폭발한 사이다 사극'입니다. 같은 흥행작이라도 결이 이렇게 다르다는 게, 한국 드라마를 정주행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재미예요.
혹시 아직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주말 밤에 치킨 한 마리 시켜놓고 함께 볼 사람과 같이 정주행하시길 추천드립니다. 12부작이라 이틀이면 끝나요. 저처럼 30초짜리 짤 하나 보고 시작했다가 새벽까지 달리게 되실지도 모릅니다. 현재 웨이브와 쿠팡플레이에서 전 회차 시청 가능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