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정주행 후기 — tvN 역대 시청률 1위 24.9% 한국드라마

 

눈물의 여왕 포스터


안녕하세요, 로빈입니다.

지난번 2013년 KBS <비밀> 후기를 쓰고 났더니, 댓글로 "그럼 최근 드라마 중에는 뭐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을 몇 개 받았어요. 고민할 것도 없이 답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2024년 봄, 제가 운영하는 에어비앤비 숙소 청소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무조건 TV부터 켜게 만들었던 작품. 바로 tvN <눈물의 여왕>입니다.

사실 저는 처음엔 안 보려고 했어요. 박지은 작가 작품을 <별에서 온 그대>부터 <사랑의 불시착>까지 다 챙겨봤는데, 솔직히 후반부 전개가 비슷한 패턴이라는 인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방영 3주 차쯤 됐을 때, 여자친구가 저희 집에 놀러 와서는 "오빠 이거 진짜 재밌대, 같이 보자"고 졸랐어요. 그날 밤 1~3화를 같이 몰아봤는데, 새벽 3시까지 멈추질 못했습니다.


<눈물의 여왕> 기본 정보 한눈에 정리

본격적인 후기에 앞서 작품 정보부터 간단히 정리해 드릴게요. 위키백과와 당시 보도자료를 교차 확인한 내용입니다.

항목 내용
방송사tvN
방영 기간2024년 3월 9일 ~ 4월 28일
회차총 16부작
연출장영우, 김희원
극본박지은
주연김수현, 김지원, 박성훈, 곽동연
최고 시청률24.9% (최종회, 닐슨 전국)
장르로맨틱 코미디, 멜로
시청 플랫폼tvN 본방 / 넷플릭스 스트리밍

1화 만에 알았다, 이번 박지은은 다르다

1화 도입부에서 김수현이 양복 주머니에서 이혼 서류를 슬쩍 꺼내 보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어? 이거 내가 아는 박지은 작가 스타일이 아닌데?" 싶더라고요. 보통 로맨스 드라마는 '두 사람이 어떻게 사랑에 빠질까'를 그리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이미 사랑이 식어버린, 그것도 결혼 3년 차에 이혼을 결심한 부부로 시작합니다.

여자친구랑 같이 보면서 묘한 분위기가 됐어요. 백현우가 처갓집 식탁에서 짓는 그 미묘하게 지친 표정, 명절에 어색하게 웃는 장면들이 너무 디테일해서요. 여자친구가 갑자기 저를 슬쩍 보더니 "오빠도 나중에 결혼하면 저런 표정 짓는 거 아냐?"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는데, 둘 다 한참 웃었습니다. 결혼 안 한 커플이 봐도 어딘가 찔리는 디테일이 많은 작품이에요.

본방 사수를 만든 김수현·김지원의 케미

저는 사실 김수현 배우를 <별에서 온 그대> 이후로 좀 거리를 두고 있었어요. 너무 '도민준' 이미지가 강해서, 다른 작품에서도 비슷한 톤이 보일 거라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눈물의 여왕>의 백현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능청스럽고, 찌질하기도 하고, 또 어느 순간엔 한없이 따뜻한 평범한 남편이었어요.

특히 12화 독일 병원 장면. 기억을 잃은 홍해인 앞에서 처음 만난 사람인 척 다시 다가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저는 진짜 눈물이 났습니다. 여자친구는 옆에서 휴지로 코를 풀고 있었고, 저는 안 우는 척 천장을 보면서 몰래 눈물 닦았어요. 다음 날 여자친구가 "오빠 어제 울었지?" 하고 놀려서 결국 들켰지만요. 김수현이 그 장면에서 짓는 표정, 슬픈데 슬프지 않은 척하는 그 미소가 진짜 압권이었습니다.

김지원 배우는 더 놀라웠어요. 저는 <상속자들> 때 본 게 마지막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홍해인은 차가운 재벌가 며느리의 가면 뒤에 숨겨진 외로움을 정말 섬세하게 표현하더라고요. 마트에서 백현우를 처음 만났던 회상씬, 그 신에서 김지원의 눈빛 하나만으로도 이 부부의 모든 서사가 설명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여자친구도 그 장면 보고 "와, 김지원 진짜 다시 봤다"라며 한참 감탄했어요.

그런데 12화 넘어가면서 좀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1화부터 11화까지는 거의 완벽했어요. 그런데 12화를 넘어가면서 저도 모르게 "어?" 하는 순간들이 늘어났습니다.

여주인공 시한부 선고는 그렇다 칠게요. 그런데 거기에 뇌수술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이 더해지고, 가까스로 재회하나 싶었는데 갑자기 교통사고가 나고, 또 빌런이 등장해서 납치하고, 마지막에는 총격전까지... 여자친구랑 14화 보다가 둘이 동시에 "야 이거 좀 너무한 거 아니야?" 하고 한참 멈춰서 얘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여자친구는 "이러다 다음 주에 우주선 나오는 거 아니냐"고 농담까지 했고요.

당시 기사 댓글창에 가보면 "16부작인데 20부작 분량을 욱여넣었다", "배우들이 너무 아깝다" 같은 반응이 정말 많았어요. 저도 거기에 어느 정도는 공감했습니다. 사실 그 주에는 숙소 게스트 응대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는데, 새벽에 잠깐 짬내서 본 14화가 그 모양이라 살짝 허무하기도 했고요.

그런데도 끝까지 보게 만든 박지은의 힘

희한한 게 뭐냐면요,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매주 토일 밤 9시만 되면 여자친구한테 먼저 카톡을 보내고 있었어요. "오늘 9시에 우리 집에서 봐, 치킨 시켜놓을게." 오늘은 또 무슨 어이없는 사건이 터질지 보러 가자고 농담하면서요.

그리고 결국 최종회에서 백현우가 노년의 홍해인에게 "당신과 보낸 모든 순간이 내 인생의 봄이었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저는 또 울었습니다. 이번엔 여자친구가 옆에서 더 펑펑 울어서, 저까지 같이 울면서 등을 토닥여줬어요. 분명 후반부 전개에 화가 났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 모든 게 다 용서가 되는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어요. 박지은 작가의 진짜 강점은 '논리'가 아니라 '감정의 매듭'이라는 걸요. 빈틈은 많지만, 끝에 가서는 반드시 시청자의 마음을 한 번 흔들고 끝냅니다. 그리고 그 매듭을 김수현과 김지원이 연기로 단단히 묶어줬기 때문에, 저처럼 까칠한 시청자도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다 보고 난 뒤 솔직한 한 줄 평

저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눈물의 여왕>은 '완성도 면에서 역대급'은 아닙니다. 다만 '화제성과 몰입도 면에서 역대급'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요. 종영하고 한 달 정도는 여자친구와 만나면 대화의 절반이 이 드라마 얘기였으니까요. "백현우 같은 남자친구가 진짜 있을까", "홍해인 패션 좀 봐봐" 같은 시시콜콜한 얘기로 카페에서 두 시간씩 떠들었습니다.

지난번에 다뤘던 2013년 <비밀>이 '작가의 단단한 필력으로 완성된 정통 멜로'였다면, <눈물의 여왕>은 '배우와 화제성으로 멱살 잡고 끌고 간 대중 로맨스'입니다. 결이 완전히 다른 두 작품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더라고요.

혹시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한 가지 팁을 드릴게요. 12화 이후부터는 '논리'를 잠시 내려놓고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에만 집중하면서 보세요. 그러면 만족도가 훨씬 높을 겁니다. 저처럼 14화에서 채널을 돌릴 뻔하다가 결국 마지막 회에 울게 되는 경험을 똑같이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연인이랑 같이 보시면 더 추천드립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전 회차 시청 가능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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