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왕후」 정주행 후기 — 역사 왜곡 논란에도 수도권 19.3% 찍은 그 tvN 사극

'철잉왕후' 공식 포스터

 안녕하세요, 로빈입니다.

오늘 꺼낼 작품은 제가 지금까지 본 한국 드라마 중에서 가장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끝내 챙겨봤던' 작품입니다. 방송 내내 역사 왜곡 논란으로 시끄러웠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까지 받았는데도 최종회 수도권 시청률이 19.3%를 찍어버린 그 사극. 바로 tvN <철인왕후>입니다.

2020년 겨울, 코로나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시기였어요. 제가 운영하는 에어비앤비 숙소는 예약이 거의 끊겨서 매주 주말이 통째로 비어 있었고, 그래서 여자친구랑 집에서 드라마 보는 게 사실상 유일한 데이트였습니다. 어느 토요일 밤, 여자친구가 "오빠 요즘 신혜선 나오는 사극 미친 듯이 웃기다던데 한번 볼까?" 하면서 1화를 틀었어요. 그날 저는 라면을 끓이다가 너무 웃겨서 면이 다 불어버렸습니다.

<철인왕후> 기본 정보 한눈에 정리

본격적인 후기에 앞서 작품 정보부터 간단히 정리해 드릴게요. 위키백과와 당시 보도자료를 교차 확인한 내용입니다.

항목 내용
방송사tvN
방영 기간2020년 12월 12일 ~ 2021년 2월 14일
회차총 20부작
연출윤성식
극본박계옥, 최아일
주연신혜선, 김정현, 배종옥, 김태우
최고 시청률17.4% (전국), 19.3% (수도권, 닐슨)
장르퓨전 사극, 코미디, 로맨스
시청 플랫폼tvN 본방 / 넷플릭스 스트리밍

방영 시작 전부터 험난했던 가시밭길

사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기 전부터 인터넷에서 떠도는 잡음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원작이 중국 웹소설인데, 그 작가가 과거 다른 작품에서 한국 비하 표현을 사용했다는 게 드러나면서 방영 전부터 보이콧 움직임이 있었거든요. 여자친구도 1화를 틀기 전에 "근데 이거 봐도 되는 건가? 욕먹는다던데"라며 살짝 걱정했어요.

그런데 본방이 시작되자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극 중에서 조선왕조실록을 "한낱 지라시"라고 조롱하는 대사가 나왔고, 실존 인물들을 지나치게 희화화하면서 시청자 게시판은 항의 글로 도배됐어요.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법정 제재인 '주의' 처분까지 내리는 사태로 번졌고요. 이 정도면 보통 드라마는 시청률이 폭락하면서 조용히 종영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시청률은 정반대로 폭주했다

희한했어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거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매일 갑론을박이 벌어지는데, 정작 시청률은 매주 올라갔습니다. 첫 방송 8%대로 시작한 시청률이 회를 거듭할수록 무섭게 치솟아서, 최종회에서 결국 전국 17.4%, 수도권 19.3%를 찍었습니다. tvN 드라마 역대 시청률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거죠.

저도 사실 그 '비판하면서도 보게 되는' 시청자 중 한 명이었어요. 매주 일요일 밤이 되면 여자친구가 카톡으로 "오빠 9시야 켜놔"라고 보내왔고, 저는 별 망설임 없이 TV를 켰습니다. 다음 날 회사 동료들도 점심시간에 "어제 그 장면 봤어요? 신혜선 진짜 미쳤더라" 같은 얘기를 자연스럽게 했고요. 비판 여론과 시청률이 정반대로 가는 묘한 풍경이었습니다.

모든 걸 덮어버린 신혜선의 코믹 차력쇼

이 드라마가 논란을 뚫고 시청률을 끌어올린 단 하나의 이유를 꼽으라면, 저는 망설임 없이 '신혜선'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설정 자체가 황당해요. 21세기 청와대 셰프인 바람둥이 남자의 영혼이, 어느 날 우물에 빠진 후 조선시대 중전의 몸으로 들어가버립니다. 그래서 한복 입고 단아하게 앉아 있어야 할 중전이 갑자기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서 "아이씨"를 외치는 장면이 나오는 거예요. 글로 옮겨놓으면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싶은데, 신혜선이 연기하면 진짜로 '남자 영혼이 들어간 여자'처럼 보입니다.

제가 가장 충격받았던 장면은 4화쯤이었어요. 신혜선이 궁녀들 앞에서 갑자기 어깨를 들썩이면서 걸쭉한 욕설을 내뱉는데, 여자친구가 옆에서 라면 먹다가 사레들려서 한참 기침했어요. 저는 그 모습 보고 또 웃겨서, 두 명이서 거실에서 5분 동안 못 일어났습니다. 그날 밤 여자친구가 집에 가기 전에 "오빠, 신혜선 진짜 천재 아냐?"라고 진지하게 묻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김정현 배우가 연기한 철종도 좋았습니다. 신혜선이 신들린 코미디로 폭주하는 동안 김정현은 묵직한 진심으로 중심을 잡아줬어요. 두 사람의 티키타카와 묘하게 깊어지는 감정선이 없었다면 이 드라마는 그냥 코미디로만 끝났을 텐데, 후반부로 갈수록 진짜 멜로가 살아나면서 작품의 무게가 달라졌습니다.

웃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계속 불편했던 이유

그런데 솔직히 고백할게요. 매주 보면서 웃었지만, 마음 한쪽은 계속 불편했습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을 비하하는 대사가 나왔던 회차를 본 다음 날, 회사 후배 한 명이 점심 자리에서 진지하게 그러더라고요. "선배, 그거 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우리 할아버지가 역사학자셨거든요." 그 말을 듣고 멈칫했어요.

여자친구랑 그 주말에 다시 만났을 때, 솔직히 얘기했습니다. "재밌긴 한데 좀 찝찝하지 않아?" 여자친구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한동안 "그래도 작품 자체는 잘 만들었다"는 식의 어색한 자기 변호를 둘이 주고받으면서 끝까지 보긴 했는데, 다 보고 나서도 그 찝찝함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실제로 종영 이후 다른 사극의 역사 왜곡 사태가 터졌을 때 <철인왕후>도 다시 도마 위에 올라서 VOD 서비스가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서비스가 재개됐고,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공개되면서 다시 한번 역주행을 기록하긴 했지만요.

다 보고 난 뒤 솔직한 한 줄 평

저의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철인왕후>는 '연기와 연출의 측면에서는 19.3%가 충분히 납득되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지만, '대본의 역사적 감수성 측면에서는 분명히 선을 넘은 부분이 있었던 작품'입니다. 두 평가가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는 게 이 작품의 가장 복잡한 지점이에요.

지난번에 다뤘던 2013년 <비밀>이 '필력과 정극으로 정공법을 보여준 멜로'였고, <눈물의 여왕>이 '배우와 화제성으로 끌고 간 대중 로맨스'였다면, <철인왕후>는 '한 배우의 신들린 연기가 작품의 모든 약점을 덮어버린 코미디'였습니다. 같은 시청률 상위권 작품이라도 흥행의 동력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게, 한국 드라마를 정주행하면서 느낀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혹시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한 가지 팁을 드릴게요. '역사 드라마'라는 마음으로 보면 무조건 화가 납니다. '한복 입은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세요. 그리고 가능하면 함께 웃을 사람 옆에 두고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저처럼 라면 먹다가 사레들리는 경험을 똑같이 하실 수 있을 거예요. 현재 넷플릭스에서 전 회차 시청 가능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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