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씨왕후」 정주행 후기 — 제작비 300억 티빙 오리지널 사극, 기대와 결과 사이의 거리
| '우씨 왕후' 포스터 |
안녕하세요, 로빈입니다.
오늘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작품 한 편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티빙 연간 구독자라 새로 공개되는 오리지널 작품을 일단 한 번씩은 클릭해 보는 편인데요, 2024년 하반기에 가장 큰 화제를 모았다가 결국 ‘올해 최악의 드라마’라는 불명예 타이틀까지 안게 된 티빙 오리지널 사극 「우씨왕후」를 늦게나마 정주행했습니다. 공개 당시에는 워낙 논란이 많아 일부러 거리를 뒀다가, 한참 지나고 나서 ‘도대체 얼마나 별로였길래 그렇게까지 평이 갈렸을까’ 싶어 직접 확인해 본 케이스입니다.
「우씨왕후」 기본 정보 한눈에 정리
| 항목 | 내용 |
|---|---|
| 공개 플랫폼 | 티빙(TVING) 오리지널 |
| 공개 일자 | 2024년 8월 29일 (파트1) / 2024년 9월 12일 (파트2) |
| 회차 | 총 8부작 |
| 연출 | 정세교 |
| 극본 | 이병학 |
| 주연 | 전종서, 김무열, 정유미, 이수혁, 박지환, 지창욱 |
| 제작비 | 약 300억 원 |
| 장르 | 사극, 정치 스릴러 |
| 시청 등급 | 19세 이상 관람가 |
공개 전까지의 기대치는 분명히 높았습니다
저는 「우씨왕후」 공개 한 달 전쯤부터 티빙 메인에 걸리던 티저 영상을 여러 번 봤습니다. 시놉시스가 꽤 매력적이었어요. 고구려 9대 왕인 고국천왕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왕후 우씨가 ‘24시간 안에 새로운 왕을 세워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이며 펼쳐지는 정치 추격극이라는 설정이었습니다. 한국 사극에서 좀처럼 다뤄지지 않은 고구려 초기, 그리고 ‘형사취수제’라는 낯선 역사적 제도를 활용한 점이 신선했습니다.
여기에 제작비 300억 원, 전종서·김무열·정유미·이수혁·박지환·지창욱이라는 캐스팅까지 더해지니, 솔직히 저도 ‘올해 티빙 라인업의 얼굴 마담이 되겠다’ 정도로 기대했습니다. 8부작이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도 정치 스릴러 장르와 잘 맞을 것 같았고요. 결과적으로 이 모든 요소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아래에서 차근차근 짚어 보겠습니다.
공개 전부터 불거진 첫 번째 논란 — 고증과 의상
가장 먼저 작품의 발목을 잡은 건 본편이 나오기도 전이었습니다. 스틸컷과 예고편이 공개되자마자 일부 등장인물의 의상과 머리 모양, 상투 형태가 ‘중국 사극과 흡사하다’는 지적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번졌습니다. 특히 동북공정 이슈로 고구려 관련 콘텐츠에 대한 국내 시청자들의 민감도가 높은 시기였기 때문에, ‘고구려 사극인데 왜 중국풍처럼 보이느냐’는 비판이 빠르게 확산됐어요.
제작진은 8월 27일 제작발표회에서 “여러 차례 전문가 자문을 거쳤고 동북공정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작가와 감독 모두 ‘고증에 대한 비판은 마음 아프다’며 진정성 있게 해명했고요. 다만 그 시점엔 이미 첫인상이 어느 정도 결정된 상태였습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 스틸컷을 봤을 때 ‘어, 이거 좀 익숙하지 않은 결인데?’라는 느낌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의도와 결과가 어긋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본편 공개 후 — 더 큰 비판은 ‘서사 균형’이었습니다
본편이 공개되자 화제의 중심은 다른 쪽으로 옮겨갔습니다.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에 맞는 수위 높은 장면들이 작품 전반에 배치돼 있었는데, 다수 시청자와 평론가가 지적한 핵심은 ‘수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장면들이 메인 서사와 충분히 맞물려 있느냐’였습니다.
이 작품의 중심 갈등은 ‘24시간 안에 다음 왕을 세워야 한다’는 시간 제약형 정치 스릴러입니다. 즉 한 장면 한 장면이 그 카운트다운에 기여해야 긴장감이 유지되는 구조죠. 그런데 일부 장면들은 이 카운트다운의 흐름을 끊는 방향으로 배치돼, 정치 스릴러로서의 몰입이 자주 깨졌습니다. 저도 정주행하면서 ‘여기서 이 장면이 꼭 필요했나’ 싶은 순간이 몇 차례 있었어요. 자극의 강도가 아니라 ‘서사적 필연성’이 부족했다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여기에 캐릭터들의 동기 설명이 충분치 않은 점, 정치 세력들의 구도가 시청자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은 점도 함께 지적됐습니다. 8부작이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 너무 많은 인물과 세력을 넣다 보니, 정작 주인공 우씨왕후의 내적 갈등을 충분히 조명할 여유가 사라진 셈입니다.
전종서·지창욱의 연기는 어땠나
이 작품에 대한 평가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배우들의 개인 연기는 대체로 안정적이었다는 점입니다. 전종서 배우는 ‘영화적인 얼굴’을 가진 배우라 와이드 숏에서의 존재감이 확실히 강합니다. 침묵 속에서 시선만으로 긴장을 끌어가는 장면들은 분명히 인상적이었어요. 지창욱 배우의 후반부 등장 장면도 캐릭터의 입체감을 더해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다만 ‘배우의 연기력’과 ‘작품의 완성도’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배우 개개인이 잘했다고 해서 작품 전체가 잘 굴러간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좋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충분히 빛나지 못한 점이 더 아쉬웠습니다.
‘올해 최악의 드라마 1위’라는 결과
객관적 지표로 보면 결과는 냉정했습니다. 매체 조이뉴스24가 진행한 ‘올해 최악의 드라마’ 설문에서 「우씨왕후」가 39표를 받아 1위에 올랐고, 티브이데일리가 연예 기자·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 최악의 OTT 시리즈’ 설문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작비 3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 동시에 두 설문에서 ‘최악’ 1위에 오른 건 한국 OTT 역사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저는 이 결과를 ‘작품이 정말 그 정도로 나빴다’는 의미보다는 ‘기대치와 결과 사이의 격차가 그만큼 컸다’는 의미로 읽었습니다. 동일한 완성도의 중소 규모 작품이었다면 이 정도의 가혹한 평가를 받지는 않았을 거예요. 제작비 300억, 톱스타 캐스팅, 티빙 오리지널 사극 1호라는 무게가 평가의 기준선을 끌어올린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정주행하며 인상 깊었던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시간 제약을 활용한 초반 설정과 미장센입니다. 1화에서 왕의 죽음 직후부터 시작되는 권력 공백의 묘사, 궁 내부 세트의 디테일, 그리고 야간 추격 시퀀스의 촬영 톤은 분명히 300억 원의 흔적이 보이는 영역이었습니다. 사극 팬이라면 이 부분만 따로 떼서 봐도 좋다고 생각해요.
아쉬웠던 부분은 결국 ‘선택과 집중’의 실패였습니다. 8부작 안에 다 담기에는 인물과 세력이 너무 많았고, 그 빈 자리를 다른 요소로 채우는 과정에서 작품의 톤이 흔들렸습니다. 저는 마지막 8화를 보고 나서 ‘차라리 12부작이었거나, 등장인물 두세 명을 덜어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오래 했습니다.
그래도 한 번쯤은 직접 확인해 볼 만한 이유
저처럼 ‘얼마나 별로였길래 그렇게까지 평가가 갈렸을까’가 궁금한 분이라면, 한 번쯤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평가가 갈리는 작품은 보통 ‘어떤 부분은 분명히 좋았고, 어떤 부분은 분명히 부족했다’가 공존하기 마련이고, 「우씨왕후」도 그 전형에 가깝습니다. 사극 미장센과 배우들의 개별 연기에는 분명한 미덕이 있고, 서사 구성과 톤 조절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우씨왕후」 전 8회는 티빙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19세 이상 관람가이므로 시청 환경은 참고해서 결정하시면 좋겠습니다.
정리하며
「우씨왕후」는 한국 OTT 사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도 있었던 작품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본과 캐스팅이 작품의 완성도를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례로 남게 됐습니다. 동시에 ‘기대가 클수록 평가가 가혹해진다’는 OTT 시대 시청자 심리도 잘 보여 준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다음 한국형 OTT 사극이 이 작품의 경험을 어떻게 흡수해 나갈지가 오히려 더 궁금해진 정주행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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