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정주행 후기 — SBS 시청률 22.1%, 야구 드라마는 흥행 불가라는 공식을 깬 그 작품


'스토브 리그' 공식 포스터

 

안녕하세요, 로빈입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11월이 되면 야구 팬들에겐 길고 긴 비시즌이 시작됩니다. 저도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야구 다큐멘터리나 옛 경기 하이라이트를 뒤지면서 허전함을 달래는 편인데요, 어느 해 비시즌에 우연히 ‘야구 드라마’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다가 발견한 작품이 바로 오늘 후기할 SBS 「스토브리그」입니다. 처음엔 솔직히 ‘야구 드라마가 재밌어 봤자 얼마나 재밌겠어’ 싶었는데, 1화를 보고 나서 그날 밤 새벽 3시까지 4화까지 내리 정주행했습니다.

「스토브리그」 기본 정보 한눈에 정리

항목 내용
방송사SBS
방영 기간2019년 12월 13일 ~ 2020년 2월 14일
회차총 16부작
연출정동윤
극본이신화
주연남궁민, 박은빈, 오정세, 조병규
최고 시청률22.1% (16화 순간 최고, 닐슨 전국)
장르스포츠, 드라마, 오피스
시청 플랫폼넷플릭스 / 웨이브

방송 전엔 ‘기획안 거절 3번’, 방송 후엔 ‘22.1%’

「스토브리그」는 방송 전부터 험난한 길을 걸은 작품입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신인 작가 이신화 씨의 대본은 ‘야구 드라마는 흥행 불가’라는 방송계의 오랜 공식 때문에 여러 방송사를 거치며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결국 SBS 금토 드라마로 편성되긴 했지만, 1회 시청률은 5.5%로 출발했어요. 솔직히 이 숫자만 보면 ‘조용히 종영하겠구나’ 싶은 출발이었습니다.

그런데 입소문이 무서웠습니다. 4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하더니, 마지막 16화에서는 순간 최고 시청률 22.1%(닐슨 전국)를 기록했어요. 스포츠 드라마는 흥행하기 어렵다는 공식을 완전히 깨버린 사례로 지금도 회자됩니다. 제가 정주행하면서 5화 즈음에 “이건 입소문 탈 만하다” 싶었는데, 실제 방송 당시 시청률 추이를 찾아보니 정확히 4~5화부터 가파르게 올라갔더라고요.

야구 드라마인데, 정작 경기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제목에 ‘스토브리그’가 붙은 이유가 있습니다. 스토브리그는 야구 시즌이 끝난 비시즌, 즉 구단이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트레이드와 연봉 협상을 진행하는 기간을 부르는 용어입니다. 이 드라마는 만년 꼴찌 프로야구단 ‘드림즈’에 새로 부임한 단장 백승수(남궁민)와 운영팀장 이세영(박은빈)이 비시즌 동안 팀을 재건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즉, 야구 드라마라기보다는 ‘프로야구단을 배경으로 한 오피스 드라마’에 더 가깝습니다. 그라운드 위의 홈런이 아니라 회의실에서 벌어지는 협상, 트레이드, 사내 정치, 조직 개혁이 이야기의 중심이에요. 야구를 잘 모르는 분들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야구를 좋아해서 봤지만, 정작 정주행을 마칠 때쯤엔 ‘야구 모르는 사람도 봐야 할 드라마’라고 주변에 추천하고 있더라고요.

남궁민·박은빈·오정세, 캐스팅의 승리

「스토브리그」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캐스팅입니다. 백승수 역의 남궁민은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단장 캐릭터를 절제된 연기로 소화했는데, 무표정 속에서 미세한 떨림 하나로 감정을 전달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8화의 임원 회의 장면에서 단 한 마디로 분위기를 뒤집는 연기는 지금 봐도 소름이 돋습니다.

박은빈은 ‘운영팀장 이세영’ 역을 맡아 ‘우영우’ 이전 시기에 이미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새겨 넣었습니다. 발랄함과 단단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이다 캐릭터로, 남궁민과 정반대 톤의 에너지를 만들어 두 사람의 호흡이 드라마의 큰 축을 이룹니다. 오정세는 운영팀 차장 권경민 역으로 ‘얄미운 캐릭터인데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보여줬고, 조병규의 신인 직원 한재희 캐릭터도 보는 재미가 컸어요.

제56회 백상예술대상 TV 드라마 작품상 수상

이 드라마는 작품성으로도 인정받았습니다. 2020년 제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드라마 작품상을 수상했고, 2020 SBS 연기대상에서도 다수의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같은 해 후보였던 「동백꽃 필 무렵」이 대상을 받았지만, 작품상은 「스토브리그」가 차지했다는 점에서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시상식 결과를 보고 ‘역시 인정받을 만했네’ 싶었어요. 신인 작가의 대본,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소재, 그리고 22.1%라는 결과까지,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자주 보기 어려운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주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포인트 3가지

첫째, 매 회차 빌드업이 탄탄합니다. 16부작 동안 큰 에피소드 안에 작은 에피소드가 촘촘하게 들어가 있어 한 회를 보면 다음 회를 안 볼 수가 없습니다. 저는 마침 비시즌이라 야구 갈증을 푸느라 봤는데, 결과적으로 3일 만에 16화를 다 끝냈습니다.

둘째, 실제 프로야구 현실과 닮은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등장하는 ‘재송그룹 드림즈’ 구단을 보면 실제 KBO 구단들의 여러 사례가 연상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야구 팬들이 더 몰입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죠. 비시즌 협상, FA 이적, 외국인 선수 영입 같은 소재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핵심으로 기능합니다.

셋째, 카타르시스가 명확합니다. 만년 꼴찌 팀이 한 명의 단장으로 인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직장인 시청자들에게도 감정 이입을 일으킵니다. 저는 16화 마지막 장면을 보고 ‘드라마 한 편 잘 봤다’는 만족감이 오래 남았어요.

아쉬웠던 점

물론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백승수의 ‘과거 서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데, 메인 스토리인 야구단 재건 이야기와 톤이 약간 어긋난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또 야구를 정말 모르는 분이라면 초반 1~2화의 트레이드 협상 장면이 살짝 진입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만 3화부터는 이야기 자체에 빨려 들어가서 야구 용어를 몰라도 따라가기 어렵지 않다는 게 제 후기입니다.

결론 — 야구를 몰라도, 직장인이라면 더 재밌게 볼 작품

「스토브리그」는 ‘스포츠 드라마는 흥행 불가’라는 공식을 정면으로 깬 작품입니다. 22.1%라는 시청률,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이라는 결과가 이를 증명하고요. 야구 팬이라면 비시즌의 갈증을 달래주는 최고의 콘텐츠이고, 야구를 모르는 분이라면 잘 짜인 오피스 드라마로 즐길 수 있습니다.

현재 넷플릭스와 웨이브에서 16회 전편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비시즌의 허전함을 채우고 싶거나, 묵직한 한국 드라마 한 편을 찾고 있다면 충분히 시간을 들일 만한 작품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