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은 낮았지만 대본이 호평받은 숨은 추리극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안녕하세요, 로빈입니다.
홍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다 보면, 떠나는 게스트가 남기고 가는 건 후기만이 아니더라고요. 며칠 전 2주간 장기 투숙했던 부산 게스트 한 분이 체크아웃 길에 "호스트님, 추리물 좋아하신다고 하셨죠? 이거 시청률은 낮았는데 진짜 아까운 작품이에요"라며 제목 하나를 툭 던지고 가셨습니다. 평소 시대극·미스터리 웹툰을 즐겨 보는 제 취향을 어느새 파악하셨던 모양이에요. 그날따라 예약이 비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던 밤, 공용 공간 청소를 마치고 혼자 그 제목을 검색해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오늘 들고 온 작품, 바로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입니다.
방영 당시엔 시청률 4~5%대에 머물며 조용히 지나간 드라마였는데요. 종영 6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장르물 추천 글마다 빠지지 않고 호명되는, 이른바 '숨은 명작' 꼬리표가 붙은 작품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시청 숫자와 작품 평가를 이렇게까지 따로 놀게 만들었을까요. 게스트가 떠나며 남긴 추천이 맞았는지, 차분히 짚어보겠습니다.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기본 정보 한눈에 정리
| 항목 | 내용 |
|---|---|
| 방송사 | MBC (월화드라마) |
| 방영 기간 | 2020년 3월 23일 ~ 4월 28일 |
| 회차 | 24회 (35분 분할 편성 / 통상 12부작) |
| 연출 | 김경희 |
| 극본 | 이서윤, 이수경 (원작: 이누이 구루미 추리소설 「리피트」) |
| 주연 | 이준혁, 남지현, 김지수, 양동근 |
| 최고 시청률 | 5.1%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8회) |
| 장르 |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 |
| 시청 플랫폼 | 웨이브, 왓챠 (15세 이상 관람가) |
시청률 4%대, 그런데 종영 뒤에 다시 불려 나온 드라마
먼저 숫자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으로 이 작품은 첫 회 4%대로 출발해 자체 최고 시청률 5.1%(8회)를 기록했습니다. 수도권 기준 순간 시청률이 6%를 넘긴 회차도 있었지만, 전체 흐름은 큰 변동 없이 4~5%대를 유지하다 마무리됐어요. 화제작이라 부르기엔 분명 아쉬운 성적입니다.
흥미로운 건 종영 이후의 곡선입니다. 방영이 끝나고 OTT로 뒤늦게 입문한 시청자들이 늘면서 평가가 오히려 올라갔거든요. 데일리안 등 여러 매체의 분석을 보면, 부진의 원인을 작품성보다는 편성 환경에서 찾는 시각이 많습니다. 오후 9시라는 다소 이른 편성, 선거 기간과 겹친 시기, 장르물 특성상 중간에 합류하기 어려운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거죠. 실제로 1회부터 사건이 촘촘하게 변주되는 탓에, 중간부터 보면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게스트가 "처음부터 보세요"라고 굳이 당부한 이유를 1화에서 바로 이해했습니다.
일본 추리소설이 뿌리, '리피트'에서 출발한 이야기
의외로 모르고 보는 분이 많은데, 이 작품에는 탄탄한 원작이 있습니다. 일본 작가 이누이 구루미가 2004년 발표한 장편 추리소설 「리피트」가 그 뿌리인데요. 제작진은 소설판과, 이를 각색한 일본 드라마 「리피트~운명을 바꾸는 10개월~」(요미우리TV)의 판권을 모두 사들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두 작품의 결말이 달라,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서였다고 해요.
저는 평소 미스터리 웹툰을 꾸준히 보는 편이라, 이렇게 한 번 검증된 추리 구조에서 출발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끌렸습니다. 타임슬립은 설정에 작은 구멍만 생겨도 신뢰가 무너지는 장르인데, 이 작품은 그 함정을 비교적 잘 피해 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초반에 무심코 흘려둔 대사와 소품이 후반부 복선으로 회수되는 구조라, 다 보고 나면 1화부터 다시 보고 싶어지는 종류의 드라마예요.
복선과 회수, 교차편집이 만든 긴장감
연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경희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인물이 많고 사건이 복잡한 이야기를 시청자가 다음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재봉선이 느껴지지 않게' 설계했다고 밝혔는데요. 교차편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긴장감을 끌어올린 점이 이 작품의 인장 같은 부분입니다. 다만 이 교차편집이 초반에는 인물 관계를 다소 헷갈리게 만들기도 해서,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저는 청소를 마친 오후 시간에 2~3회씩 몰아 보는 식으로 진도를 나갔는데, 한 회가 끝날 때마다 새 떡밥이 던져지니 자연스럽게 다음 편으로 손이 가더라고요. 8회쯤부터는 여자친구가 옆에서 같이 보기 시작했는데, 둘이 번갈아 범인을 추리하다 보기 좋게 빗나가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추리가 틀릴 때마다 "양파 같다"며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준혁·남지현·김지수가 채운 인물의 무게
캐스팅도 곱씹어 볼 만합니다. 강력계 형사 지형주 역의 이준혁은 「지정생존자」 이후 약 7개월 만의 복귀작이자, MBC 드라마로는 「내 생애 봄날」 이후 6년 만의 출연이었습니다.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사건 한가운데를 묵직하게 끌고 가는 연기가 인물에 설득력을 더했어요.
웹툰 작가 신가현 역의 남지현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인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소화했습니다. 마침 직업 설정이 웹툰 작가라, 평소 웹툰을 즐겨 읽는 입장에서 유독 몰입이 잘 됐던 캐릭터이기도 했고요. 여기에 리셋을 제안하는 정신과 전문의 이신 역의 김지수가 끝까지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극의 중심을 잡았고, 전과자 배정태 역의 양동근이 묵직한 존재감을 보탰습니다. 화려한 스타 군단이라기보다, 각자 제 몫을 정확히 해내는 균형 잡힌 앙상블에 가깝습니다.
로맨스에 기대지 않은 생존 게임의 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은, 이 드라마가 흔한 로맨스 라인에 기대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1년 전으로 돌아간 '리셋터'들이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맞고, 남은 이들이 생존을 위해 사건을 추적한다는 목표에만 집중하거든요. 두 주인공 사이의 감정도 사건 해결이라는 큰 축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절제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이야기의 밀도가 끝까지 유지됩니다. 곁가지가 적으니 본 줄기에만 몰입하게 되고, 그 빈자리는 배우들의 공조 케미가 충분히 메웁니다. 야구 비시즌의 한가한 밤, 채울 거리를 찾던 저 같은 사람에게는 주말 이틀이면 완주할 수 있는 분량이라는 점도 부담이 적었습니다.
강점과 한계를 함께 짚어보며 — 로빈의 총평
정리하자면,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은 잘 짜인 복선 구조와 빠른 전개, 절제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시청률이라는 잣대만으로 지나치기엔 아까운, 장르물 팬에게 권하고 싶은 드라마예요. 다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초반의 빠른 사건 변주와 교차편집은 중간 합류를 어렵게 만들고, 게임처럼 짜인 설정이 현실감을 떨어뜨린다고 느끼는 분도 있을 겁니다. 반전 중심 서사가 으레 그렇듯, 결말의 무게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갈릴 여지도 있고요.
그럼에도, 미스터리·스릴러·판타지가 한데 엮인 장르물을 찾고 계신다면 후보에서 빼기 아쉬운 선택지라는 결론은 변하지 않습니다. 현재 웨이브와 왓챠에서 정주행하실 수 있으니, 조용한 주말 이틀을 비워두고 1화부터 차근차근 따라가 보시길 권합니다. 게스트가 제게 그랬듯, 누군가에게 조용히 추천하고 싶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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