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억 쏟고도 흥행 못한 비운의 넷플릭스 드라마 「도적: 칼의 소리」 정주행 후기
| 드라마 도적 (공식 포스터) |
안녕하세요, 로빈입니다.
지난해 가을, KBO 시즌 막판에 원정 경기를 보러 부산 사직구장까지 KTX를 탄 적이 있었어요. 서울역에서 출발하자마자 넷플릭스를 켰는데, 메인 화면에 황량한 벌판 위에 총을 든 김남길 포스터가 딱 걸리더라고요. 제목이 「도적: 칼의 소리」. 1화를 가볍게 틀었을 뿐인데, 식당에서 벌어지는 롱테이크 액션신이 시작되자마자 이어폰 볼륨을 끝까지 올려버렸습니다. 부산역에 도착해서도 멈출 수가 없어서, 결국 경기 끝나고 숙소에서 밤새 남은 회차를 몰아봤어요. 야구 원정을 갔다가 드라마 정주행을 하고 돌아온 셈이죠. 그런데 다 보고 나니 마음이 묘하게 복잡하더라고요. 오늘은 그 복잡한 감상의 이유를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도적: 칼의 소리」 기본 정보 한눈에 정리
| 항목 | 내용 |
|---|---|
| 공개 플랫폼 | 넷플릭스 |
| 공개 일자 | 2023년 9월 22일 |
| 회차 | 9부작 (총 517분) |
| 연출 | 황준혁, 박현석 |
| 극본 | 한정훈 |
| 주연 | 김남길, 서현, 유재명, 이현욱, 이호정 |
| 제작비 | 약 300억 원 (일부 보도 360억 원) |
| 장르 | 액션, 시대극, 느와르, 웨스턴 |
| 시청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300억 원의 무게: 화면에 쏟아부은 제작비
넷플릭스가 이 작품에 건 기대는 숫자에서부터 드러납니다. 공식 발표 기준 약 300억 원, 일부 분석에서는 360억 원까지 거론된 제작비는 같은 추석 시즌에 공개됐던 「오징어 게임」이나 「수리남」보다도 높은 체급이었습니다.
돈이 주로 들어간 곳은 화면이었어요. 1920년대 간도를 통째로 재현하기 위해 충남 논산 선샤인랜드, 강원 평창 동막골 세트장, 경남 창원 해양드라마세트장 등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야외 촬영이 이뤄졌습니다. 총격전, 마상 추격전, 시각효과까지 액션 하나에 식당 신만 3일을 촬영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하니, 제작비가 화면 밀도로 직결된 작품인 건 분명했습니다.
장르 선택부터가 도전적이었어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약 15년 만에 등장한 만주 웨스턴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저처럼 시대극 웹툰을 즐겨 읽는 사람에게는 그 설정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습니다.
간도라는 무대 위에 겹겹이 쌓인 이야기
배경은 나라를 잃은 조선인들이 떠밀려 모여든 무법천지, 간도입니다. 주인공 이윤(김남길)은 노비 출신이자 전직 일본군 소위라는 복잡한 과거를 가진 인물이에요. 과오를 뉘우치고 군을 떠나 간도로 향한 그가 도적단을 이끌며 새로운 싸움에 발을 들입니다.
또 하나의 축은 남희신(서현)이에요. 조선총독부 철도국 과장으로 위장한 독립운동가인 그녀는 독립 자금 마련을 위해 거액의 철도 부설 자금을 빼돌리는 위험한 작전에 뛰어들죠. 여기에 친일파 일본군 이광일(이현욱), 현상금 사냥꾼 언년이(이호정), 도적단 두령 최충수(유재명)까지 얽히면서 판이 커집니다. 각자 지키려는 것이 다른 인물들이 한 무대에서 충돌하는 구조였어요.
KTX 안에서 1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인물 관계도가 예상보다 복잡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여자친구한테 카톡으로 인물 관계 스크린샷을 보내면서 "이거 같이 보자"고 했을 정도예요.
추석 연휴의 화려한 출발: 글로벌 차트 성적
2023년 9월 22일, 추석 연휴 직전에 공개된 이 작품의 시작은 분명히 화려했습니다.
플릭스패트롤 기준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8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알렸습니다.
국내 1위를 차지하며 추석 연휴 흥행을 이어갔고, 싱가포르(2위), 태국(2위), 루마니아(3위), 말레이시아(3위), 인도네시아(4위), 터키(5위) 등 42개 지역 Top 10에 진입했습니다.
항일 소재임에도 일본에서 6위를 기록한 점이 화제였습니다. 장르적 매력이 소재의 벽을 넘은 드문 사례였어요.
여기까지만 보면 추석 시즌 공략이 제대로 통한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진짜 반전은 공개 일주일 뒤에 찾아왔습니다.
일주일 만에 식은 평점: 그 이유는
공개 3일째 IMDb에서 10점 만점에 8.1이라는 준수한 점수를 기록했어요.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자 7.2점까지 하락했습니다. 글로벌 Top 10에서 차트 아웃된 뒤로 순위와 평점이 함께 내려갔고, 이후 추가 상승 없이 조용해졌죠.
같은 추석 시즌에 공개됐던 「오징어 게임」이나 「수리남」과 비교되면서 아쉬움이 더 두드러졌어요. 제작비는 더 많이 투입됐는데, 완성도와 평가에서는 뒤처졌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핵심적으로 지적된 문제는 서사였습니다. 총을 쥐고도 갑자기 칼로 싸우는 장면, 일본군이 지나치게 쉽게 무너지는 전개, 클로즈업에 치중하느라 느려지는 액션 템포 등 과잉 연출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많았어요. 시각효과 역시 제작비 규모에 비해 기대 이하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습니다. 부산 숙소에서 밤새 정주행하면서 저도 중반부쯤 비슷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화면은 분명 화려한데, 이야기가 화면의 무게를 받쳐주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20부작이 9부작으로: 서사의 빈자리
이 작품의 아쉬움을 이해하려면 기획 단계를 알아야 합니다. 원래 「도적: 칼의 소리」는 20부작 코미디로 기획됐어요. 주인공 이윤이 독립과 상관없는 한량으로 떠돌다가 어느새 독립군이 되어 있는 가벼운 이야기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대극 특성상 제작비가 많이 드니 코미디로는 아쉽다는 판단 아래 진지한 액션물로 방향을 틀었고, 분량도 9부작으로 압축됐습니다.
20부작을 절반 이하로 줄이면서 생긴 빈자리는 곳곳에서 드러났어요. 이윤과 이광일의 관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고, 남희신이 독립군이 된 배경도 깊이가 부족했습니다. 개성 넘치는 도적단 멤버들 각자의 서사도 스쳐 지나가듯 처리됐고요. 김남길 본인도 인터뷰에서 "시즌 1에 다 때려 박았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서 여자친구와 함께 다시 보면서, 이번에는 인물 관계에 집중해서 봤는데요. 두 번째 시청에서야 비로소 언년이의 과거 서사나 이광일의 내면 갈등이 눈에 들어왔어요. 한 번 보고 바로 이해되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가 너무 짧은 그릇에 담겨 있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총평: 절반의 성공이 남긴 질문
✔ 김남길, 이호정의 액션 연기를 좋아하시는 분
✔ 일제강점기 배경이지만 기존 사극과 다른 분위기를 원하시는 분
✔ 서사보다 영상미와 액션 시퀀스 자체를 즐기시는 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도적: 칼의 소리」는 영상미와 액션으로는 300억 원의 값어치를 증명했지만, 서사가 그 무게를 받쳐주지 못했습니다. 초반 화제성은 잡았어도 신드롬급 롱런까지는 닿지 못한, 절반의 성공이었어요. 시즌 2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공식 확정 소식 없이 시간이 흘렀고, 제작 종료로 안내되고 있는 상황이라 아쉬움이 더합니다.
그래도 묘하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에요. 돌아오는 KTX 안에서 「놈놈놈」을 다시 틀었을 만큼, 이 작품은 잊고 있던 만주 웨스턴이라는 장르에 대한 갈증을 환기시켜 줬거든요. 호불호가 갈리는 만큼 직접 확인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정주행하실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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