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리뷰: 전역하던 해 극장에서 만난, 상상력의 끝을 본 영화

영화 '인터스텔라' 공식 포스터

인간의 상상력은 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인터스텔라」를 다 보고 극장을 나서며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이 이것이었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관객을 우주의 끝과 시간의 너머까지 데려다 놓고는, 결국 그 광활함의 한복판에서 '가족'이라는 가장 작고 단단한 것을 붙잡게 만들었으니까요. 그 낙차가 주는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저는 한동안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제 인생 영화 목록에서 지금까지도 빠지지 않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십 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이 영화를 떠올리면 그날 극장의 공기가 함께 떠오릅니다.

2014년, 감독을 믿고 극장으로 향했던 그해

「인터스텔라」는 2014년 11월 국내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SF 대작입니다. 이론물리학자 킵 손의 과학 자문을 바탕으로 웜홀과 블랙홀, 상대성 이론을 스크린에 구현했고, 러닝타임은 169분에 이릅니다. 국내에서만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아 외화로는 드물게 천만 고지를 넘었고, 이듬해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을 받았습니다. 매슈 매코너헤이가 주인공 쿠퍼를, 앤 해서웨이와 제시카 채스테인이 주요 인물을 맡았고, 음악은 한스 짐머가 책임졌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2014년은, 그해 2월에 군 전역을 하고 국내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는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낯선 사람들에게 서울 이곳저곳을 소개하며 하루를 보내다 보면 몸은 고단해도 세상이 넓어지는 기분이 들던 때였죠. 그런 시기에 「인터스텔라」를 보러 간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앞서 나온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을 워낙 좋아했던 터라, 감독의 이름 하나만 믿고 표를 끊었거든요. 그날 극장에 함께 간 사람은 평소 가깝게 지내던 동생 광민이였습니다. 우리는 별 정보 없이, 그저 감독 이름값 하나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온몸에 닭살이 돋던 순간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제 팔에 닭살이 돋는 걸 느꼈습니다. 무섭거나 놀라서가 아니라, 화면이 주는 압도적인 감각 때문이었습니다. 우주선이 광막한 어둠 속을 나아가고, 거대한 행성과 블랙홀이 눈앞에 펼쳐질 때, 저는 극장 의자에 몸이 눌리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이런 스케일의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실감 나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하나의 사건이었습니다.

그 감각을 몇 배로 키운 것이 한스 짐머의 음악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특정 곡의 이름이나 멜로디를 또렷이 외우고 있지는 못합니다. 다만 장면이 고조될 때마다 오르간 소리가 웅장하게 밀려오며 화면을 가득 채우던 그 몰입감만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음악이 영화의 감정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이야기와 완전히 하나가 되어 관객을 우주 한복판으로 밀어 넣는 느낌이었습니다. 반대로 배우들의 특정 연기나 대사가 또렷이 기억에 남지는 않는데, 그건 이 영화의 압도가 개별 대사보다 전체적인 체험으로 저에게 새겨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책장 너머의 유령, 머리를 탁 맞은 순간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잊지 못하는 장면은 후반부, 쿠퍼가 딸 머피의 방 책장 너머에 도달하는 대목입니다.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간 쿠퍼는 시간과 공간이 다르게 작동하는 낯선 5차원의 공간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딸의 어린 시절 방과, 시간의 여러 순간에 동시에 닿을 수 있게 되죠. 그리고 책장을 통해, 중력을 통해, 과거의 딸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다가 어느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어린 머피가 방에 '유령'이 있다고 믿었던 그 존재가, 사실은 시공간을 건너온 미래의 아버지였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정말 머리를 탁 하고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시간에 있다고 믿었던 아버지와 딸이, 실은 같은 공간의 다른 시간 속에서 줄곧 연결되어 있었다는 발상이 그렇게 소름 끼칠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볼 때는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다 이해하지 못한 채 따라갔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한꺼번에 맞아떨어졌습니다. 또 하나 강렬하게 남은 장면은 손상된 우주선에 쿠퍼가 수동으로 도킹을 시도하던 대목입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우주정거장에 회전 속도를 맞춰 결합하려는 그 몇 초의 긴장이, 극장의 큰 화면과 소리 속에서 숨이 멎을 것처럼 다가왔습니다.

상상력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영화가 끝나고 저와 광민이는 한동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몇 번이나 대단하다는 말을 반복했고, 특히 그 반전의 순간에 함께 소름이 돋았다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같은 장면에서 같은 전율을 느낀 사람과 나란히 극장을 나서는 경험은, 영화를 혼자 볼 때와는 또 다른 여운을 남깁니다. 그날 우리가 나눈 감탄은 지금 떠올려도 생생합니다.

저에게 「인터스텔라」가 남긴 가장 큰 깨달음은, 인간의 상상력이 이렇게까지 멀리 나아갈 수 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과학 이론과 우주라는 거대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끝내 이야기가 도착한 곳은 아버지와 딸 사이의 사랑이었습니다. 가장 먼 곳을 그리기 위해 가장 가까운 감정을 붙든 셈이죠. 이런 균형이야말로 크리스토퍼 놀런이라는 감독을 믿게 만드는 힘이고, 제가 이 작품을 그의 인생작 중 하나로 꼽는 이유입니다.

✅ 이런 분께 특히 권합니다
✔ 과학 이론보다 그 안에 담긴 감정에 흔들리고 싶은 분
✔ 큰 화면과 웅장한 음악으로 압도당하는 체험을 좋아하는 분
✔ '가족'이라는 단어를 오래 곱씹게 되는 이야기를 찾는 분

저는 그해 극장의 큰 화면에서 이 영화를 만난 것을 지금도 행운이라 여깁니다. 작은 화면으로는 그 압도의 절반도 전해지지 않았을 테니까요. 여러분은 「인터스텔라」의 어느 장면에서 가장 크게 마음이 흔들리셨나요? 저처럼 책장 너머의 그 순간이었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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