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1 리뷰: 고3 수험생이 극장에서 만난, 마블의 시작을 알린 영화
| 영화 '아이언맨' 공식 포스터 |
무기이자 갑옷이 되는 로봇. 어릴 적 한 번쯤 이런 걸 상상하며 가슴이 뛰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랬습니다. 몸에 착 감기는 강철 슈트를 입고 하늘을 나는 상상은 어린 시절 제 로망 중 하나였습니다. 2008년, 그 로망을 스크린에서 그대로 마주한 순간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오늘 꺼낼 이야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출발점이자, 제 마음속 히어로물의 기준을 새로 세운 영화 「아이언맨」입니다. 지금은 너무나 거대해진 그 세계가, 사실은 이 한 편에서 조용히 시작됐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늘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고3 수험생이 극장으로 향한 이유
「아이언맨」은 2008년 4월 30일,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개봉했습니다. 존 파브로 감독이 연출했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인공 토니 스타크를, 기네스 팰트로와 제프 브리지스가 주요 인물을 맡았습니다. 국내에서만 약 430만 명을 모았고, 러닝타임은 126분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마블 스튜디오가 직접 제작한 첫 영화이자, 지금의 거대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시작된 바로 그 지점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2008년은 고등학교 3학년, 한창 수험생 시절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문제집과 모의고사로 채워지던 그때, 잠깐의 숨통을 틔우러 여자친구와 극장을 찾았습니다. 사실 저는 그 전부터 마블에 친근감이 있었습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좋아했고, 마블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도 즐겨 했거든요. 그러니 '마블에서 새 히어로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만으로도 저에게는 충분한 이유가 됐습니다. 큰 사전 정보 없이, 그저 익숙한 그 이름 하나를 믿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동굴 속에서 영웅이 탄생하던 순간
이 영화에서 제 심장을 가장 크게 뛰게 한 건 초반의 동굴 탈출 장면이었습니다. 무기 사업가로 화려하게 살던 토니 스타크가 습격을 당해 동굴에 갇히고, 그곳에서 고철을 그러모아 자기 손으로 첫 슈트를 만들어 탈출하는 대목이죠. 갇힌 자가 스스로 무기를 만들어 걸어 나오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저는 말 그대로 희열을 느꼈습니다. 누군가 구해주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두 손으로 활로를 뚫는 주인공의 모습이, 어딘가 통쾌하면서도 뭉클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가 정리한 감상은 단순했습니다. '시리즈 1편은 아이언맨이라는 영웅의 탄생을 보여주고 싶었던 영화구나' 하는 것이었죠. 화려한 액션의 향연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어떻게 영웅으로 만들어지는지를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성장의 결을 세 단계로 짚어보면 이렇습니다.
납치된 토니가 고철을 모아 투박한 첫 슈트를 만들어 탈출한다. 영웅의 씨앗이 여기서 뿌려진다.
집으로 돌아온 토니가 인공지능 자비스와 함께 슈트를 다듬고 시험 비행에 나선다. 시행착오의 구간이다.
붉은 슈트를 완성한 토니가 마침내 세상 앞에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온전한 영웅으로 선다.
피식 웃게 만든 그 티키타카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주인공 토니 스타크라는 인물 자체에 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토니는 진지하고 비장한 기존 히어로들과 달리, 능청스럽고 입담이 좋습니다. 위기 앞에서도 농담을 던지는 그의 태도가 영화 전체에 경쾌한 리듬을 불어넣죠. 솔직히 저는 특정 대사를 또렷이 외우고 있진 못하지만, 그가 만들어내던 그 특유의 분위기만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특히 잊히지 않는 건 슈트를 갓 완성한 토니가 시험 비행에 나서는 장면입니다. 잔뜩 들뜬 채 하늘로 솟아오르지만, 너무 높이 올라간 탓에 슈트가 얼어붙어 그대로 추락할 뻔하죠. 그 아슬아슬한 순간에 인공지능 자비스와 주고받는 대화가 어찌나 능청스러운지, 저는 극장에서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긴장과 유머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섞어내는 감각이 이 영화의 진짜 무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적 제가 품었던, 무기이자 갑옷이 되는 로봇에 대한 로망이 이 장면들에서 그대로 충족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던 그 짧은 쿠키영상
결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히어로물은 주인공이 정체를 감추는 것이 오랜 공식인데, 토니 스타크는 정반대로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 "제가 아이언맨입니다"라고 밝히며 이야기를 맺습니다. 늘 보던 방식을 뒤집는 그 마무리가 당시로서는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뒤, 짧은 장면 하나가 더 붙어 있었죠. 안대를 낀 한 남자가 토니를 찾아와 어떤 계획을 언급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때의 저는 이 쿠키영상이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저 '뭔가 다음 이야기가 있으려나 보다' 정도로만 흘려 넘겼죠. 그 짧은 장면이 훗날 수많은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거대한 세계의 첫 신호탄이었다는 걸, 당시의 저는 알 리가 없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무지가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영화가 끝나고 저와 여자친구는 극장을 나서며 "너무 재밌다, 다음 시리즈도 기대된다"는 말을 몇 번이나 주고받았는데, 그 기대가 이렇게까지 큰 세계로 이어질 줄은 우리 둘 다 상상하지 못했으니까요.
재정적으로 어렵던 시절의 마블은 이 한 편의 성공으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후의 마블을 사실상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도 마블 시리즈를 챙겨 보는 팬이 된 것도 그 출발점에 이 영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제집에 파묻혀 있던 고3의 제가 극장을 나서며 느꼈던 그 두근거림은, 스스로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던 토니 스타크의 모습과 어딘가 닮아 있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그때와 사뭇 다른 자리에 서 있지만,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앞으로 나아간다는 그 감각만은 여전히 제 안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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